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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북서쪽, 끝없이 펼쳐진 사막과 태양의 나라 모로코에서 국내 태양광 기술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은 ‘모로코 태양광 TASK ODA 사업’을 수주해 30개월 일정으로 추진해왔다. 단순한 기술 이전을 넘어 한국의 지속가능한 에너지 솔루션을 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 본지는 KTC 조성대 책임연구원을 통해 모로코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생생한 순간들과 도전기를 연재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KTC 조성대 책임연구원] 신비의 나라 모로코. 모로코를 언급하면 모나코랑 헷갈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모로코 경제수도인 카사블랑카를 얘기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 카사블랑카는 영화와 노래를 통해서 자주 접했던 친숙한 이름이기 때문이다.
모로코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4강 신화를 통해 전 세계에 국가 브랜드를 제대로 각인시켰다. 축구 강국이라는 닉네임과 별도로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눈부신 성과를 이루며 세계적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모로코 태양광 TASK ODA 사업의 시작
모로코는 아프리카 북서부에 위치해 있다. 연평균 3,000시간 이상의 일조량과 대서양 연안의 지속적인 바람을 통해 태양광 및 풍력 발전 최적의 입지로 손꼽힌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재생에너지원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정책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하며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모로코 와르자자트에 위치한 여의도 10배 규모의 세계 최대 태양열발전단지인 누르(Noor)는 모로코의 신재생에너지 기술력과 환경에 대한 헌신을 보여준다.
모로코는 아프리카 최초로 2030년까지 발전원 중 재생에너지 비율을 50% 이상으로 확대하는 국가적 목표를 설정하며, 글로벌 재생에너지 활용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유럽과의 근접성과 뛰어난 에너지 수출 역량으로 국제 에너지 허브로 성장하고 있으며, 청정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경제성장의 새 장을 열고 있다.
최근에는 모로코에서 생산된 태양광 및 풍력 에너지를 해저 전력망을 통해 영국으로 수출하는 엑스링크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 중에 있다. 세계 최장 길이의 해저케이블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청정에너지를 제공하며, 유럽의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하고 있다.
대한민국과 모로코는 1962년 수교 이후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왔으며, 경제적 협력뿐만 아니라 문화 및 교육 교류를 통해 상호 신뢰를 증진하고 있다.
특히, 2018년도에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모로코 공식 방문 및 한-모로코 비즈니스 포럼 참여를 통해 한국과 모로코 간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5건의 기관 간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이때 모로코 태양광 TASK(Technical Advice and Solutions from Korea) ODA 사업도 태동됐다.
원활한 현지 ODA 사업 추진을 위해 ‘IRESEN’과 협력
모로코 태양광 TASK ODA 사업은 2022년 7월에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이하 KTC)이 수주해 30개월 일정으로 진행됐다. TASK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의 일환으로 기술지원을 통해 개도국의 산업 발전을 돕고 국내기업의 수출 판로를 개척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현지 지원기업 발굴, 현장 기술지도, 국내 산업시찰 등 총 3가지 파트로 구성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현지 지원기업 발굴인데,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갖고 현장 기술지도를 진행한다고 해도 수혜기업에서 의지가 없으면 사업을 수행할 수 없다.
이에 현지기업 섭외는 수원국 정부기관을 통해 공식적으로 이뤄졌다. 모로코 TASK 사업의 수원국 파트너는 모로코 에너지전환 및 지속가능성부 산하의 모로코신재생에너지연구소(IRESEN)이다.
이번 사업의 성공적 완수에는 수원기관 IRESEN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장 기술지도 때 항상 IRESEN 실무담당자가 배석해 회의에 무게감을 실어줬고, 외교부 등 다른 정부 부처와의 협업에도 가교역할을 해줬다.
국내 기업 및 기관 30여곳, 모로코 태양광 TASK ODA 사업 참여
이번 사업 수행을 위해 30개 이상의 모로코 기업들에 대해 서면 및 현장 인터뷰가 진행돼 최종 16개 기업이 선정됐다. 모로코에 태양광 기업들은 많았지만 제조사가 아닌 시행, 설계·조달·시공(EPC) 및 컨설팅 기업들이 다수였다.
태양광 밸류체인을 석권한 중국 제조사들이 모로코 및 아프리카 시장에도 이미 진출해 있었기에 생산라인을 갖춘 제조사들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나마 모로코 북쪽 알호세이마에 위치한 알마덴(ALMADEN)이라는 기업이 유일한 제조사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ALMADEN은 약 500MW 규모의 연간 생산능력을 갖춘 모로코 유일 모듈 제조사로 이번 TASK 사업에 동참했다.
모로코 기업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애로 요인을 분류해 요인별 기술지도가 가능한 국내업체를 샅샅이 분석해 매칭 작업이 시작됐다. 모로코에서 가장 많이 나온 애로요인 및 요청사항은 기구축된 태양광발전소 유지보수(O&M) 및 신규 태양광발전소 프로젝트 참여를 위한 국내 EPC 기업 소개 등이었다.
모로코 파견 전문가 섭외를 위한 설명회를 개최했고, 많은 국내 태양광 기업들이 참여 의사를 보였다. △네오에너지커넥터 △커널로그 △에스테코 등 O&M 기업뿐 아니라 △BK에너지 △대우건설 등 국내 태양광 EPC 기업들이 이번 모로코 TASK 사업에 전문가로 참여했다. 사업 종료까지 모로코 파견 전문가로 참여한 기업 및 기관은 약 30여곳 이상이 된다.
순탄치 못했던 첫날… 카드 도난 후 경찰서로 달려가다
모로코 TASK 사업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2022년 7월 30일, 모로코에 발을 디딘 첫날, 현금과 카드 도난 사건이 발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저녁 8시쯤에는 호텔방 두꺼비집(?)에서 합선이 일어나 정전이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까마득한 어둠, 퀴퀴한 냄새와 그을음이 온 방을 뒤덮었다. 전등을 이용해 풀어 놓은 짐들을 챙기고 급히 다른 방으로 이동했다. 정장 등 의류들이 온통 검댕이로 얼룩져 있었다. 처음 온 낯선 나라에서 이게 무슨 일이람.
호텔 밖 모스크에선 이슬람 기도 소리가 끊임없이 흘렀다.(이슬람 국가에서는 하루 5번 기도를 한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거지? 소위 멘붕이었다.
마음을 추스르고 카드사 ARS를 통해 최근 사용내역을 확인해 보니, 모로코 쇼핑몰에서 천 만원 가량이 결제됐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첩첩산중이었다. 다음날 급하게 현지 경찰서를 방문해 폴리스리포트(Police Report)를 작성했다. 이후 쇼핑몰 CCTV를 통해 아시아 여자 소행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범죄 일당은 파리에서 카사블랑카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가방을 뒤져 카드를 챙긴 후 도착지에서 다른 일당에게 전달했던 수법이었다. 다행히 점원의 기지로 결제 처리가 안 된 부분도 있고, 카드사와 잘 협의해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그러나 당시에는 매우 아찔하고 피를 말리는 순간으로 기억한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건 모로코 TASK 첫 출장에 벌어진 사건 사고가 온전히 총괄책임자인 나에게만 발생한 것이었다. 당시 동행한 실무진들 및 타 기관 전문가들은 무사히 일정을 마치고 귀국할 수 있었다. 첫 출장 액땜(?) 덕분인지 정말 신기하게도 2024년도 모로코 TASK 사업 종료까지 출장 중 누구 하나 경미한 사건·사고 없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인더스트리뉴스 게재)
(모로코 태양광 TASK ODA 사업 현장체험기는 2부로 이어집니다)